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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의 생태

by 지원재엉 2023. 1. 23.

곤충학자 파브르가 『파브르 곤충기』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한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나도 어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다소 의아한 구석이 있다. 우선 제목부터가 그렇다. 굳이 따지자면 이건 곤충 관찰기이지 곤충학 서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널리 읽히는 까닭은 뭘까? 아마도 저자의 탁월한 묘사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딱정벌레는 날개 달린 작은 동물로서 딱딱한 껍질 밑에 부드러운 살갗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연약하여 살짝 스치기만 해도 상처를 입는다. 그러므로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된다. 만약 당신이 우연히 길을 가다가 딱정벌레를 밟았다고 하자. 그러면 벌레는 당장 죽어버리고 것이다. 그리고 죽은 뒤에는 썩어서 구더기가 들끓게 된다. 이것은 아주 무서운 일이다."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표현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물론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대단한 필력임에는 틀림없다.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과학 지식 전달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생명체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본받을 만한 자세라고 생각한다.